10인의 전문가가 선물하는 음악 여행
뇌의 힐링 하모니: 신경 안정과 집중을 위한 선율 – 전문의 윤선생
Muree2024.12.11 03:50:09.66감정과 육체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연
호사2024.12.06 05:12:05.984명의 현대무용가가 ‘노화하는 몸’을 말한다. 2023년 9월 12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공연 <노화하는 몸>에서다. 귀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에 주로 의존하는 음악 공연에 비해, 무용 공연은 출연자도 감상자도 내 육체 전신 구석구석을 열렬하게 공연에 참여시킨다. 그러기에 무용가 네 명이 말하는 ‘노화’를 지켜보자면 나 역시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무용가 네 명은 몸짓으로 말을 하면서, 침묵을 포함한 사운드, 음악들로 무대를 채운다. 그러기에 이 공연을 단순한 무용 공연이라고만 할 수 없다. 특히 남정호의 <달에게 물어봐>에서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종지 없이 처음부터 계속 반복되면서 끊임없는 생에 대한 미련을 드러낸다. 감정과 육체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연.
고종의 장소에서 만나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
OK Google2024.12.06 05:11:17.67누리 콜렉티브는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잊힌 옛 음악을 발굴하여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시대연주 단체다. 2023년 9월 7일, 누리 콜렉티브는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연주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건설된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그곳은 네모난 홀과 그 위를 둘러싼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2층짜리 공연장이었다. 묵직한 카펫과 부드럽고 큰 나무 손잡이, 격자무늬 나무 바닥, 그리고 벽을 가득 채운 20세기 초 서양식 장식들까지, 근대화 시기의 산물이 틈틈이 배어있던 곳에서 음악가들은 비발디와 하세, 제미니아니, 만치니 등 여러 작품들을 연주했다.
음악가들의 연주는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옛 악기 소리들의 음향도 공간과 더없이 잘 어우러졌다. 틈틈이 음악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던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의 해설과 연주자들의 말들도 공연을 차근히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 누리콜렉티브가 여러 편성으로 바꾸어가며 들려준 바로크 음악은 틈 없이 훌륭했다. 연주자들은 멋진 한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의 공연은 이 음악과 이 장소가 살아 숨쉬었던 두 시대를 동시에 우리의 눈앞에 불러오는 듯했다. 잊혔거나 잠들어있었지만 그럼에도 풍성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던 것들. 그것들을 누군가는 애정어린 눈으로 들여다보며, 다시 우리 시대로 불러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다.
해설, 흐트러진 음악을 정리하다
Siri2024.12.06 05:10:42.23라틴, 아일랜드, 쎄씨봉, 여자, 그리고 주기도문… 서로 아무 관련 없는 주제가 한 음악회에서 연주됐다고 하면 믿을 수 있는가? 바로 그 연주회가 지난 9월, 영산아트홀에서 있었다. 경복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시작한 ‘경복 글리 앙상블’ 정기연주회였다. 남성 중창단이라면 한 번쯤 연습해보았을 곡들이 차례로 연주되던 찰나, ‘해설자’의 등장으로 이 연주회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 그는 곡의 순서를 알려주는 진행자가 아니라, 이 중창단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연주회를 위해 어떻게 연습했는지를 알려준다. 연주회에 온 모든 관객을 음악뿐 아니라 그들의 ‘스토리’에 초대하는 해설이었다. 해설자는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을 그 프로그램을 자연스레 묶어주었고, 청중을 경복글리앙상블이 걸어온 지난 여정으로 초대했다.
태어난 김에 바로크 일주
이미라2024.12.05 01:24:32.48연주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연주하면 우리는 연주자의 음악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골에서 자라 공대를 진학한 후에 음대의 존재를 알게 되어 기타 전공으로 다시 입학한 윤현종은 서양음악사와 종족음악학 수업에서 신세계를 봤다고 한다. 고음악부터 민속음악, 전자음악 그리고 희한한 각종 악기들을 다루는 그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 같았다.
마치 붓으로 굵고 가는 선을 그리는 듯한 정가로 귀를 사로잡으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기욤 드 마쇼의 곡을 중동쪽의 비파 같이 생긴 악기와 발 받침대로 쓰던 작은 풍금 같은 악기로 연주하는데 음색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십자가 소나타인데, 바로크 바이올린의 연주를 이렇게 극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거트현의 악기로 격렬함이 나오니 진정성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예수가 마리아와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 아리아 부분이 더 극적인 울림이 있었다. 이한솔 바이올리니스트는 올해 하인리히 슈멜처 국제콩쿨 바로크 바이올린 최초,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고 한다. 최근 본 바이올리니스트 중 진정 최고! 잘한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첫 마디부터 심장에서 무언가를 울컥하고 토해내는 듯한 연주였다.
바로크 그림에서 막 튀어나와서 연주하는듯한 첼리스트 장유진님은 나중에 인사할 때 보니 수수한 웃음이 매력적인 분이었다. 남미의 바로크 음악과 카운터테너의 음악까지 너무 매력적인 자리였다. 큰 규모의 콘서트장보다 음악은 이런 공간에서 들어야 한다. 우연히 바이올린 연주자 유리를 만나 유리가 연주자들과 한 명씩 인사를 나누게 해주었다. 마침 모두 유리와 잘 아는 사이었다. 소심한 관객인데 좋은 음악 들려준 연주자들과 인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